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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진로 10) 대한민국 의대 블랙홀 현상

by 루아흐비전(Ruach Vision) 2023.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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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 영재고 중도이탈 데이터 (출처: 종로학원 및 학교알리미 공시자료)
과학고, 영재고 중도이탈 현황 (출처: 서울경제신문)

 

 

대한민국 영재고, 과학교 중도이탈 증가 현상 우리나라 영재고·과학고에 입학한 후 학교를 그만두거나 옮기는 학생들이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고등학교 2학년, 3학년의 영재고의 중도이탈학생은 최근 4년 사이 3배나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고등학교 1학년 신입생 이탈률도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학교별로 보면 영재고 이탈 학생은 2014년 ~ 2017학년도 23명에서 2018년 ~ 2021학년도에는 69명으로 3배나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과학고 중도이탈학생도 173명에서 250명으로 44.5% 증가했습니다. 권역별로는 서울 소재(영재고 1개교, 과학고 2개교) 학교의 이탈률이 116.7%로 4년 사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19개 지방권 학교도 86.8% 늘었습니다. 신입생 중도이탈률은 4년 사이 39.1% 증가(영재고 137.5%, 과학고 26.2%)했습니다.

영재학교의 설립 취지와 실제 상황

본래 영재학교는 수학·과학 등 이공계 분야 우수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설립되었습니다. 이공계 학교가 튼튼하게 받치고 있어야 국가의 기술 근간이 튼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영재학교에 입학을 해놓고도 의대를 가려는 학생이 많았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과학영재학교는 2013년 의학계열 지원 시 졸업을 유예시키는 제도를 마련했고, 일부 학교도 수위는 낮지만 학교장 추천서 미작성 등 자체 방안을 갖췄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대 진학률이 줄지 않자 교육부는 2016년에 아래와 같은 방안을 시행하도록 전국 영재고·과학고에 권고하기도 했었습니다.

 

(1) 고교에서 받은 장학금 및 지원금 회수

(2) 고교 입학 당시 의대에 안 간다는 서약서 쓰기

 

하지만 교육 당국이 각종 조치와 상관없이 의대 열풍은 꺾이지 않았습니다. 종로학원 분석 자료에 따르면 한국과학영재학교를 제외한 7개 영재학교의 의약학계열 진학률은 2019학년도 8.2%에서 2020학년도 8.4%로 늘었고 2021학년도에는 8.8%까지 올라섰습니다. 과학고나 영재학교에 진학하며 받았던 장학금과 지원금을 반납하더라도 의대로 진로를 바꾼다는 뜻입니다.

 

AI시대에는 AI 의사들이 미래를 장악할 것이라는 말이 있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의사 직업에 대한 집중도가 시대와 상관없는 듯합니다. 이러한 문제가 계속되자 전국 8개 영재학교는 2021년 입학 이후 의대나 약대에 진학하려는 학생에게는 대입에 불리한 학교생활기록부를 제공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약학계열 진학 제재 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했습니다. 해당 내용은 2022학년도 입학 전형 모집 요강에 반영하기까지 했었습니다.

영재학교 학생들이 의대로 가려는 원인은?

그럼 왜 영재학교 학생들이 의대로 가려할까요? 그 주요 원인으로는 의사나 약사가 안정적 고수익과 함께 정년에 대한 우려가 없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그런데 의약학계열로 진학하려는 학생이 많아지면서 이공계 분야의 성장 잠재력이 우수한 학생들을 키우는 영재학교의 중도이탈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초등학교 대상 학원에 의대반이 생겼다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사교육의 온상지인 서울 대치동에 생겼다고 해도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을 텐데, 그 정도가 아니라 충청도의 '읍' 소재 수학학원에서 '초등 의대반'이 생겼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의문이 생깁니다. 초등학생이 스스로 의대에 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학원을 다닌다는 것일까요? 선뜻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100%는 아니더라도 어쩌면 95%는 학부모가 결정해서 자녀를 의대에 가라고 끌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현실적인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영재고, 과학고 학생들의 의대진학 결정은 어떨까요? 자신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나이가 된 상태이니 스스로 결정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들 역시 대한민국 교육 현실을 고려해 보면 대부분 학부모의 결정일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재고나 과학고가 의대에 가기에 더 적합한 수준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일단 이곳에 진학해서 공부하다가 중간에 진로를 바꾸는 것이라고 보입니다. 영재고, 과학고 학생들이 중간에 의대를 가려고 학교를 그만두는 사태는, 학생의 입장에서도, 학생이 빠져나간 학교의 입장에서도, 또 이공계를 키우려고 장학금과 지원금을 쏟아부은 국가의 입장에서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기질, 꿈 그리고 진로

의사가 학생 개인의 기질과 잘 맞으면 괜찮습니다. 그렇지 않고 개구리 해부 실습을 하면서도 손을 덜덜 떠는 성격이라면 사람 수술은 어떻게 될까요? 의료사고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지 않을까요? 의사가 처음부터 학생의 꿈이라면 괜찮습니다. 어릴 때부터 다친 사람만 보면 상처를 치료해 주고 싶어서 꼭 의사가 돼야겠다고 했다면 정말 훌륭한 결정입니다. 이런 사람이라면 꼭 의사가 돼야 합니다. 그래야 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의사가 내 꿈이 아니라 엄마의 꿈이라면? 아빠가 의사여서 나도 의사가 돼야 한다고 강요받아 왔다면? 이런 유의 사람은 나중에 결국 자신의 꿈을 찾아 의사 직업을 내려놓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진로는 학생의 꿈대로 결정돼야 합니다. 학생의 기질과 맞는 진로를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행복한 삶을 살게 됩니다. 그것이 학생 본인에게도, 학교에도, 국가에도 이익입니다.

 

by 루아흐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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