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소개하기
만일 1분 동안 자신에 대해 소개하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말할까요? 대개는 이름을 말하고 나이는 몇 살이고 어디에 살고 졸업한 학교는 어디라고 말합니다. 조금 더 추가한다면 직업은 무엇이며 가족은 몇 명이라고 말을 할 것입니다. 그러면 나의 직업이 나의 정체성일까요? 내가 사는 곳이 나를 정확하게 설명해 주나요?
직업이나 학교 이름은 나의 정체성이 아닙니다. 그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 성격은 어떠하고 내 꿈은 무엇이며, 그래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말하는 것이 더 나에 대한 본질에 가까운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요?
우리가 자신에 대해 얼른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평소에 자신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혹은 생각할 여건이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명문대학을 목표로, 학교에서 학원으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시험공부하기 바쁜데, 언제 나에 대해 생각해 보았겠습니까? 심지어 요즘엔 초등학생 때부터 의대에 가기 위해 공부합니다. 학원에 '초등의대반'이 생겼다고 합니다. 공교육의 커리큘럼을 보면 과목별로 교사가 기능적인 부분을 가르치긴 하지만, 그 과목이 학생의 적성에는 맞는지, 학생의 삶에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한 부분은 다루지 않습니다. 수학, 과학, 역사 등 많은 과목을 배우지만, 그것을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그 과목이 나에게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왜 배우는지도 모르고 내용을 학습하다 보니, 배운 내용이 삶 속에서 적용되지 않습니다. 시험 때가 되면 그저 열심히 암기해서 답을 적을 뿐입니다. 시험을 다 치르고 나면 머릿속에 남는 것이 없습니다. 학생들의 머리는 다시 하얀 도화지가 됩니다. 학교는 학교대로 명문대학에 많이 진학했다는 학교의 명성을 위해 시험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만 신경 쓰기 바쁩니다.
내가 고등학교 때 우리 학교에서 대학교 전국수석이 나왔습니다. 63명이 정원이던 우리 반에서만 18명이 소위 SKY대학에 진학했습니다. 경쟁과 명문대 진학이라는 환경 속에서 학생은 수학 몇 점짜리 학생, 영어 몇 점짜리 학생, 어느 대학에 진학한 학생으로 기억됩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연계되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은, 인문학의 핵심 주제이자 종교와 과학 그리고 철학이 만나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어야 내가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할 지에 대한 답이 나옵니다. 내가 인간을 모르고 나를 모르는데 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를 어찌 알 수 있을까요?
정체성을 가르치는 곳
학교에서 학업을 하기 전에 더 먼저 해야 할 것은 정체성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내가 누구인지부터 배우고 생각해야 합니다. '왜 살아야 하는지'를 모르면 인생을 함부로 살게 됩니다. 그래서 정체성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를 어디에서 배울 수 있을까요?
첫째, 가장 먼저는 가정입니다.
가정에서 먼저 자녀에게 내가 누구인지를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가정은 최고의 학교입니다. 자녀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랍니다. 부모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는 대로 배웁니다. 부모가 정직하게 살면 자녀도 정직을 품고 삽니다. 부모가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살면 자녀도 인생을 도전하며 삽니다. 그래서 부모는 자녀의 거울입니다.
상담사들이 쓴 사례집을 읽어보면 ‘아버지처럼 안 살려고 했는데 어느 날 돌아보니 아버지께서 하시던 대로 똑같이 살고 있더라’는 내용이 상당히 많습니다. 가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습득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의도적으로 '학습'을 했다기보다 삶 속에서 그냥 자연스럽게 '습득'이 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가정은 나의 정체성을 배우는 기초석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인간은 이런 거야’라고 말로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못해도 삶을 통해 배우고 가르칠 수 있습니다.
둘째, 학교에서도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나를 모르고서 공부를 하면 학습이 그저 시험점수를 따기 위한 시간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학교에서 나를 아는 공부를 할 수 있을까요? 과목으로 정한다면 철학, 인문학이나 신학이 될 것입니다.
철학은 고등학교에서 일부 배우긴 하지만 동서양 철학자들의 사상을 소개하고 시험을 치르는 정도이지 나를 아는 심도 있는 과정으로써 철학적 수업 시간은 없습니다. 인문학은 인간을 배우는 학문이지만 과목으로 지정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신학은 인간을 만든 신을 통해 인간을 배우는 깊이 있는 학문이지만 중고등학교에서는 아예 가르치지 않습니다. 신학교를 가야 배울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에게 철학이나 신학이 어렵다면 적어도 중학생부터는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그 수업시간을 통해 자신을 깊이 생각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셋째, 공동체에서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종교가 같은 신앙공동체나 동아리공동체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천이라면 교회공동체 속에서 창조론을 바탕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배울 수 있을 것이고, 지역사회 동아리공동체는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발견 후에는 그것을 개발하고 더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부분을 깨달은 아이는 자신의 인생을 가치 있게 살게 됩니다.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합니다. 쉽게 무너지지 않고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선뜻 자신의 시간을 내어줍니다. 인생이 가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by 루아흐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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