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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진로 27) 내 아이는 천재일까

by 루아흐비전(Ruach Vision) 2023.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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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 boy 사진 (출처: Pixabay)
[출처: Pixabay]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어린 천재들,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라는 제목의 기사가 2020년 10월 18일 인터넷 뉴스에 올라왔었습니다. 남들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나이인 중국 허난성(河南省) 출신의 13세 소녀 장이원(张易文)이 중국 대학입시시험인 가오카오(高考)에 최연소로 응시했다는 내용입니다. 궁금해서 중국 사이트를 찾아보니 ‘10세 여아 천재신동 장이원이 가오카오 352점을 받았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장이원은 교육열이 높은 아빠의 손에 이끌려 4살 때부터 시작해서 초중고 과정을 마치고 9살부터는 대입시험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장이원

중국은 9월에 1학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11월에 수능을 치르는 한국과 달리 6월에 가오카오를 치릅니다. 이틀에 걸쳐 보는 이 시험에 약 940만 명이 응시하는데, 첫째 날에는 어문과목과 수학시험을, 둘째 날에는 문/이과 선택과목과 영어과목을 치릅니다. 중국의 대입정원은 약 700만 명으로 4년제 대학과 2년제 전문대학이 절반씩 됩니다. 만점은 750점입니다.

 

열세 살 장이원은 352점으로 허난성의 3년제 전문대학에 입학해서 2020년 7월 졸업했습니다. 대학 관계자는 “장이원은 성적이 중간 수준인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친구가 적고 혼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라고 말했는데 장이원의 아버지는 “딸이 대학에 다니며 수학을 어려워했는데 더 이상 공부로 압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전문대 졸업 후 2년 정도 조교생활을 한 후에 석사 시험을 보게 할 계획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열세 살 학생이 대학에 입학했다는 것만으로도 장이원은 분명 신동이 맞습니다. 그런데 뉴스를 자세히 보면 ‘아빠 손에 이끌려 4살 때부터 초중고 과정을 마치고 9살부터는 대입시험을 치기 시작했다’와 ‘더 이상 공부로 압박하고 싶지 않았다’는 표현이 보입니다. 아빠의 공부 압박이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벨기에 로랑 시몬즈

장이원 이야기에 이어 기사는 세계 최연소 대학졸업자를 꿈꾼 벨기에 국적의 10살짜리 천재 소년 로랑 시몬즈(Laurent Simons)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IQ 145 이상의 로랑은 1년 6개월 만에 초중고 12년 과정을 마치고 9살에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공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하여 만 10살 생일이 되기 전에 대학 졸업을 꿈꾸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하와이 출신의 마이클 키어니가 갖고 있던 세계 최연소 대학졸업 기록을 깰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부모가 크게 반발하여’ 대학을 중퇴하고 미국으로 박사학위 공부하러 떠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쯤 되면 세계 최연소 대학 졸업의 꿈은 로랑 본인의 꿈이 아니라 그의 부모님의 꿈이었던 것이 명백해 보입니다.

대한민국 김웅용

1980년 IQ 210으로 당시 세계 최고 천재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던 대한민국의 천재 김웅용. 교수 부모 밑에서 그는 세 살에 책을 출간하고 네 살에 미적분을 풀었으며, 다섯 살에 모국어 외에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구사하고 여덟 살에 미국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후, 열두 살에 미우주항공국 NASA에서 행성의 궤도를 수학적으로 계산하던 천재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어린 나이에 ‘국가의 사명’을 받고 나사에서 7년을 보내며 세간의 특별한 관심과 외로움으로 지내다 결국 나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열아홉 살에 한국으로 돌아와 초중고를 검정고시로 학력을 취득하고 지방대에 진학했습니다. 대학졸업 후 그는 현재 신한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조용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미국에 간 것이 전적으로 부모님 뜻이었다는 그는 “나사에서 일을 하는 게 우리나라를 위하는 거라고 교육을 받았지만 더 이상 못 있겠어서, 조국을 위해 큰 인물이 되라는 부모님의 가르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선택이 아닌 삶을 살아야 했던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중국의 장이원, 벨기에의 로랑 시몬스 그리고 우리나라의 김웅용. 그들 모두는 신동 소리를 들었던 천재이지만 사실 어른들이 이들에게 집중한 분야는 지적인 능력을 평가하는 척도로 사용되는 IQ점수입니다.

 

미국 보스턴 칼리지의 엘렌 위너 심리학 교수는 BBC에 “성인과 아이의 천재성은 다르다”“신동은 이미 개발된 특정 분야의 지식을 빠르게 학습하는 매우 조숙한 아이인 반면, 성인에게 천재란 특정분야를 혁신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내 자녀가 신동이면 좋을 것 같지만 어디까지나 부모의 입장입니다. IQ분야는 천재로 태어났을 수는 있으나 부모의 바람으로 아이의 입장이 고려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IQ는 사람의 천재성을 선별해 주는 정확한 기준일까?

사실 IQ는 본래 정신지체아를 가려낼 목적으로 1905년 프랑스의 심리학자 알프레드 비네가 지능검사를 처음 개발하고, 후에 1926년 루이스 터먼이 비네검사를 기초로 지능검사에 지능지수를 추가하면서 지능의 일부분을 점수화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수치가 마치 똑똑한 아이의 기준인 것처럼 여겨지는 풍조가 만연되었습니다.

 

한때 너도나도 IQ검사를 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학교에서도 IQ검사를 실시해서 마치 IQ점수가 영어, 수학뿐만 아니라 음악, 체육 및 생활태도까지 평가하는 기준이라도 되는 것처럼 교사가 학생의 모든 면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중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이 지난달 시험보다 성적이 떨어진 학생에게 “너는 왜 성적이 떨어져! 네가 IQ가 낮니? 왜 성적이 떨어지는 거냐고!” 라며 호통치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교육대학원의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1983년 그의 책 '마음의 틀'에서 인간의 지능은 서로 독립적이며 서로 다른 8가지 유형으로 다루어 볼 수 있는 여러 능력으로 구성된다는 '다중지능이론'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IQ만으로는 인간의 모든 지능영역을 판단할 수 없다”며 IQ를 주로 관장하는 언어지능, 논리수리지능 말고도 음악지능, 공간지능, 신체지능, 대인관계지능, 자기 이해지능 및 자연탐구지능이 더 있다고 했습니다.

 

이 이론에 근거하여 관찰된 바에 의하면, 음악지능은 3세부터 급격히 발달하고, 신체지능은 7세부터 급격히 발달하며, 언어지능, 논리수학지능 및 공간지능은 15세 즈음에 급격히 발달합니다. 즉, 15세 이전의 아이들에게 외국어, 수학, 과학 등 시험 성적을 기준으로 “너는 이미 공부는 틀렸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 대신 어릴 때 음악이나 체육 쪽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지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음악 신동 모차르트는 3세 때 악기를 잡고 5세 때 작곡을 했으며, 피겨 스케이팅 여왕 김연아 선수도 7세 때 피겨 스케이팅을 시작하면서 재능이 엿보였던 것입니다.

 

하워드 교수는 “8가지 지능 감각이 조합/융합됨으로 개인의 다양한 재능이 밝혀진다”라고 했습니다. 한 사람에게 딱 한 가지 지능만 부여되는 것이 아닙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음악을 잘하는 친구가 미술도 같이 잘하는 경우도 있고, 공부를 잘하는 친구가 체육도 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능은 태어나면서 갖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훈련을 통해 계발되기도 합니다.

 

사람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은 어떤가요? 체육을 잘해서 운동선수가 되겠다는 친구의 신체지능은 무시하면서, 수학을 잘하는 다른 친구의 논리수리지능은 중시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식물을 좋아해 산으로 들로 다니며 행복하게 식물학자가 되겠다는 자연탐구지능은 무시하면서, 영어를 잘하는 언어지능은 중시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만화를 좋아하고 잘 그려서 만화가가 되겠다며 자신의 특장점을 발견해 내는 자기 이해 지능은 애써 무시하고 있지는 않는가요?

 

시야를 넓혀봅시다. 지능은 여러 가지이고 이들이 서로 맞물려 융합하면 생각지도 못한 시너지 효과를 냅니다. 미국 메이저리그나 유럽 축구리그를 봅시다. 금액적으로도 운동선수가 일반 직장인보다 천문학적으로 더 많은 돈을 법니다. 지금은 우리나라 야구 선수들도 잘하는 선수는 연봉이 3년에 50억이나 됩니다. 먹는 것만 전문적으로 찍는 유명 유튜버의 한 달 수입이 1억 원이 넘습니다. 종목에 상관없이 한 가지만 전문적으로 잘해도 전문가 소리를 듣는 시대. 과연 나의 자녀는 어떤 지능이 발달했을까요?

 

by 루아흐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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