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돈을 아까워하지 않는 분야
사람마다 돈을 쓰는데 아까워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고급 승용차를 사는 데는 전혀 아끼지 않으면서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는 비용은 아까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먹는 데는 돈을 전혀 아까지 않으면서도 옷을 사는 데에는 몹시 인색한 사람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가치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음식은 허름한 식당에서 분식을 먹을지언정 차는 비싼 차를 타는 사람에게는 안전이라는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혹은 누군가에게 보이는 부분을 더 중요한 가치로 두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또한 옷은 아무거나 입어도 먹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은 몸의 건강과 맛있는 음식에 대한 가치를 높게 생각하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누구든지 자신이 좋아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곳에는 돈을 아까워하지 않습니다. 캠핑과 와인을 좋아하는 회사 동료가 지불한 캠핑장비 비용이 엄청납니다. 차량도 캠핑을 하기에 좋은 외국산 RV차량으로 바꿨습니다. 주말만 되면 전국을 돌아다니는 그는 캠핑 가서 와인을 즐기는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는 것을 행복해하는 파워블로거입니다. 그래서 그는 와인과 캠핑에 쏟는 비용을 아까워하지 않습니다.
여행과 경험
나는 기능적인 편입니다. 옷은 겨울엔 따뜻하면 되고 차는 잘 굴러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옷장에 10년이나 20년 된 옷이 있습니다. 낡은 옷이야 버리지만 많이 낡지 않는 한 유행과 상관없이 입습니다. 자동차도 브랜드를 고집하지 않습니다. 돈이 없으면 중고차를 타고 돈이 생기면 새 차를 탑니다. 중고차를 구입할 때는 가진 비용에 맞게 구입합니다. 가성비가 좋으면 국내산이든 외국산이든 크게 가리지 않습니다. 세차를 자주 하지는 하지만 차가 잘 굴러가도록 때에 맞는 기능적 관리는 적절히 잘합니다.
내가 돈을 아끼지 않는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그건 여행과 경험입니다. 여행은 세상을 넓게 보게 하고 삶에 지혜를 주기 때문에 가능한 많이 하려고 애를 씁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여행도 필요하면 테마에 맞춰 갑니다. 자녀들의 교육테마가 가장 많습니다. 여행을 할 때는 비싼 호텔에서도 자보고 일반 게스트하우스에서도 자봅니다. 너무 좋은 숙소만 고집하면 모든 여행이 고급스러워야 한다고 착각을 하게 되고, 또 너무 돈 생각하며 싼 곳만 고집하면 여행이 아니라 고생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경험은 세상을 폭넓게 이해하게 해 줍니다. 젊었을 때 중국 여행을 했을 때는 하루 30위안(한화 약 5천 원) 짜리 숙소에서도 자봤고, 홍콩에 여행을 갔을 때는 하루 4천4백 위안(한화 약 80만 원) 짜리 The Peninsula 호텔에서도 자봤습니다. 새로운 지역에 가면 그 지역만의 문화체험을 빼놓지 않습니다. 음식도 다양하게 먹어봅니다. 내 입에 맞는 음식만 고집하지 않고 일단 그 지역 특산물도 먹어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후배들에게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큰 폭의 조언을 해줄 수 있습니다.
예전 회사원시절 북경으로 지역전문가 파견을 갔을 때 일입니다. 내 동료 한 명은 지역연구를 갈 때마다 회사에서 지원되는 숙소 예산의 평균금액에 딱 맞춰 항상 4성급 호텔만 고집했습니다. 내가 그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맨날 4성급 호텔만 자보면 5성급 호텔 분위기는 어떤지 어떻게 알며, 또 2성급, 3성급에서 자야만 하는 사람들과는 어떻게 마음을 맞춰서 대화를 하겠어? 다양하게 자봐야 수준이 높은 사람도 알 수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 마음도 알 수 있지 않을까?”
그 이후로 동료는 내 말을 새겨듣고 다양한 숙소 경험을 하더니 5년 후에 주재원으로 나갔습니다. 수많은 거래선과 식사하고 대화하며 최고의 매출을 올린 사람이 되었습니다. 가족과 여행을 갈 때는 물론 나도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고의 기분을 내야 할 때는 최고의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자고,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면 안전한 곳 중에서 가장 저렴한 곳을 정합니다.
책
또 한 가지 내가 돈을 아끼지 않는 분야는 책입니다. 요즘엔 지역도서관이 잘 돼 있어서 이용을 잘하는 편이기도 하고, 새책처럼 깨끗한 중고책이 많아서 알라딘 같은 중고서점을 선호하지만, 필요한 책을 살 때는 새책이고 중고책이고 수량을 정하지 않고 삽니다. 정기적으로 책쇼핑도 갑니다. 한번 가면 열 권 정도 삽니다.
책은 간접체험입니다. 가진 돈은 별로 없지만 가진 한도 내에서 배움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편입니다. 딸들에게도 목적이 뚜렷하면 굳이 한국대학만 생각하지 말고 해외로 나가서 더 큰 공부를 하는 것도 생각하라고 말해줍니다. 정말 해외에서 공부하고 싶다면 본인 스스로 어떻게든 찾게 되어있습니다. 장학금을 받아 유학을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물론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으면 굳이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도 이미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습니다. 누구든지 자신이 좋아하고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에는 돈 쓰는 것이 결코 아깝지 않습니다. 이때 사용한 돈은 자신에게 인생공부가 되고 반드시 도움이 됩니다. 자녀에게 적용하면 돈에 끌려 다니지 않으면서도 가치 있고 행복하게 돈을 사용하는 것을 전수해 주는 경제교육이자 가치교육이 됩니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쪽에 인생을 투자하면 삶을 가장 가치 있게 사는 것이 됩니다.
by 루아흐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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