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 리스트
'버킷 리스트'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죽기 전 반드시 하기로 마음먹은 리스트가 바로 버킷 리스트입니다. 가난하지만 한평생 가정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며 살아온 자동차 정비사 카터와 자수성가한 백만장자이지만 성격이 괴팍해서 친구 없이 살아온 잭이 병들어 같은 병원에 입원합니다. 서로가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임을 알게 되었을 때 죽기 전 하고 싶었던 것들을 적어서 함께 이뤄 나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이가 좋지 않았던 가족과도 화해합니다.
무척 감동적인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가족이 화해한다는 감동을 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삶도 비슷합니다. 누구나 죽는데 이 땅에서 영원히 살 것처럼 살다 보니 내 꿈을 뒷전으로 미루다 항상 마지막에 후회를 한다는 점입니다. 왜 그럴까요? 살면서 내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일이 너무 바빠서, 때로는 돈이 없어서, 때로는 시간이 없어서 우리 삶의 버킷 리스트는 늘 뒤로 밀려납니다. 그러나 삶의 마지막 순간이 오면 사람들은 늘 후회를 합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이것도 해볼 걸… 저것도 해볼 걸…”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소용이 없다. 아쉬운 순간은 항상 예고 없이 옵니다.
내가 버킷리스트를 생각했던 이유
2009년 회사에 출근하던 어느 날, 도착을 5분 남긴 회사 인근 사거리를 통과할 때 좌측에서 신호를 무시한 채 빠르게 달려오던 마티즈 차량이 내 차를 향해 그대로 돌진했습니다. ‘쾅!’하고 폭탄이 터지는 것과 같은 소리와 함께 운전석 바로 뒷부분이 푹 들어가며 차가 한 바퀴 휙 돌았습니다. 자동차가 충돌할 때 나는 머리를 왼쪽 창에 부딪히며 순간적으로 기절했습니다. 충돌장면을 본 사거리 편의점 주인은 내가 한동안 운전석에서 나오지 않자 운전자가 죽었다고 생각했다고 경찰에게 진술을 했습니다.
마티즈 운전사는 노란색 신호등에 빨리 지나가려고 무리하게 엑셀레이터를 밟았던 것 같습니다. 상대차량이 1초만 더 빨랐더라면 차량은 운전석으로 돌진했을 거고 나는 아마도 그 자리에서 사망했을 것입니다. 속도가 1초 더 빠르지 않았더라도 만일 상대차량이 경차가 아니라 중형차였다면 역시 나는 사망했거나 아주 크게 다쳤을 것입니다.
그날은 토요일이었습니다. 금요일에 못다 한 일을 마저 하려고 했던 출근이 인생의 마지막이 될 뻔했습니다. 병원에 입원해서 온갖 생각이 다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금요일에 못다 한 일이 목숨과 바꿀 만큼 그렇게 중요한 일이었나?’,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나?’ 주말 출근이 아니라 오히려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나를 충전시켜 주는 시간으로 주말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아찔한 순간을 통해 나는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을 아끼며 살아야겠다는 마음가짐과 함께 우선순위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죽기 전에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 삶의 버킷리스트
나만의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일단 세계일주. 죽기 전에 5대양 6대주는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대륙 횡단여행, 시베리아 횡단철도 타보기, 크루즈로 알래스카 여행하기, 가족과 유럽여행하기, 아이들과 대학탐방, 자작곡으로 음악앨범 내기, 책 쓰기, 마당이 있는 주택집에서 살기, 아프리카 가보기 등등. 그런데 리스트를 작성해 놓고 보니 대부분 큰돈이 드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버킷 리스트인데 뭐가 어떻습니까? 그러니까 버킷 리스트 아닌가요?
2022년 말 기준으로 몇 가지는 이미 이루었습니다. 그동안 내가 작사작곡한 곡들로 CCM 앨범을 냈고, 가족과 유럽 및 미국여행을 다녀왔으며, 한국과 미국 대학탐방도 진행했습니다. 또 에버랜드 사파리가 아니라 진짜 아프리카 케냐에서 기린을 직접 보았습니다. 국립공원도 아닌 동네공원에도 기린이 돌아다녔습니다.
책은 회사에 다닐 때 인사팀의 요청으로 사내용으로 한 권을 낸 적이 있고, 이번 달에 교육 관련 책 한 권이 출간됩니다.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더 많은 것들을 했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코로나19 발발 초기에 해외 크루즈선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와서 크루즈 여행은 거의 3년 동안 막혔다가 풀렸습니다.
얼마 전 '꿈을 찾는 아카데미' 교육연구소와 협업했던 여행사 대표님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거의 7~8년을 알고 지내면서도 잘 몰랐는데 이분이 약 한 달짜리 시베리아 횡단 자동차여행을 수년 전부터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내가 이대표님에게 3년 내 같이 떠나자고 제안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꿈이 있으면 언젠가 반드시 기회가 온다.
KBS에서 중년의 남자들 세 명이 캠핑카로 개조한 마을버스를 타고 세계일주를 하는 내용을 본 적이 있습니다. 세명 중 회사원인 한 명이 세계일주 중간에 조인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언젠가 진행할 시베리아 횡단 자동차여행 비전캠프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일정이 참여가 안되면 중간에 일부 구간만 조인하면 됩니다. 여행을 하면서 잊었던 꿈을 나누고 현실도 나누고 꿈도 실현하고. 완전히 일석삼조입니다.
혹시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 본 적이 있나요? 나만의 버킷 리스트는 무엇인가요? 아직 작성해 본 적이 없다면 지금 바로 작성해 봅시다. 단기 리스트와 장기 리스트를 같이 작성해 봅시다. 가족 구성원이 모두 함께 만들면 더 좋습니다. 만들고 발표하고. 그중에서 어떤 것이 내 인생길이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그래도 가족단위로 진행하면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부모님이 눈여겨보았다가 지원해 줄 수도 있습니다. ‘올해의 꿈지도’가 ‘내 인생의 꿈지도’로 확장된 버전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나중에 작성하겠다고 미루면 결국 아무것도 남는 것은 없습니다.
by 루아흐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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