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발목의 밧줄
코끼리 쇼로 유명한 태국에서는 코끼리가 태어나면 발목에 굵은 밧줄을 걸어 말뚝에 묶어 둡니다. 새끼 코끼리는 발목의 밧줄이 불편해서 이리저리 당기며 벗기려 애를 쓰지만 발목을 조일뿐 벗겨지지 않습니다. 아무리 해도 밧줄이 벗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 순간 새끼 코끼리는 밧줄을 벗으려는 행동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됩니다. 밧줄을 자신의 몸의 일부인 것으로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때 주인은 새끼 코끼리 발목의 굵은 밧줄을 얇은 줄로 바꿔 걸어 놓습니다. 심지어 이 얇은 줄은 말뚝에 묶여 있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새끼 코끼리는 주인이 자신을 이끌고 가지 않는 한 자기 자리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말뚝에 묶여 있던 그 장소가 자신이 살아야 하는 것이라는 사고의 틀이 형성된 것입니다.
우리의 사고의 틀도 이와 같습니다. 한국전쟁을 거쳐 폐허가 된 이 나라에서 우리 할아버지 세대, 아버지 세대는 먹고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다른 사람들 보다 출세해야 배고픔을 더 빨리 벗어날 수 있다 보니 어떻게든 자녀를 공부시켜서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얻는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나라가 워낙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어떤 분야이든 하는 것마다 성장하던 시기였기에 그들은 이 나라의 경제 사회의 리더가 되어 사회적으로도 존경받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워졌습니다. 이런 환경은 사람들에게 판검사, 의사가 되어야 부자가 되고 출세한다는 사고의 틀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우리나라가 놀라운 경제발전을 이룩하던 70년대 80년대에 이 사고의 틀은 완전히 단단하게 굳어졌습니다. 결혼도 학벌을 따져 전략적으로 결정하는 모습들이 심심치 않게 나타났습니다. 재벌은 재벌끼리 자녀를 결혼시켜 부와 명예를 자자손손 이어갔고 정치권력을 얻은 자들은 그들대로 최신정보를 이용해서 부를 급격하게 늘려갔습니다.
IMF사태로 사람들이 평생직장으로 여겼던 자신의 직장에서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퇴직해야만 했던 쓰라린 현실을 통해 사람들의 사고의 틀은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리먼 브라더스 금융위기를 겪으며 기업은 공개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평생직장 개념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회적 과도기에서조차 우리 부모님 세대는 여전히 자녀에게 코끼리 발목의 밧줄을 계속 걸어주고 있습니다. 빠른 변화 속에서 내 자녀에게 어떻게 해줘야 할지를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부모 스스로의 사고의 틀의 영향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자녀가 있는 학부모라면 스스로에게 질문해 봅시다.
"나는 내 자녀에게 어떤 코끼리 발목의 밧줄을 걸어 놓고 있는 것일까요?"
자녀도 마찬가지로 스스로에게 질문해 봅시다.
"지금까지 인식하지 못했으나 내 발목에 걸려있는 코끼리 밧줄은 무엇인가요? 명문 대학교인가요? 대기업인가요? 아니면 명예나 권력인가요? 그것도 아니면 부모의 체면인가요?"
이제 발목에서 밧줄을 풀어야 합니다. 둘 다 밧줄이 있다면 부모 발목 먼저 풀고 자녀의 발목에 걸어 놓은 밧줄도 풀어야 합니다. 그래야 꿈을 찾을 수 있고 꿈을 찾아 나아갈 수 있으며 행복한 삶이라는 열매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발목의 밧줄을 푸는 방법
그렇다면 어떻게 자녀의 발목에서 코끼리 밧줄을 풀 수 있을까요? 학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학생들의 진로에 기본적인 가이드를 주는 학부모의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학부모가 먼저 깨어 있어야 학생들의 코끼리 밧줄을 풀 수 있습니다. 인식론적 관점에서의 방법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학부모가 사회환경이 어떠한 지를 인식해야 합니다.
여전히 취업에 4년제 대학교 졸업장이 필요한지 아니면 어떤 실력을 갖춰야 세상을 이끌어가게 되는지가 그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 입학률은 70% 정도입니다. 그런데 실제 대학교 졸업장이 필요한 직업은 40%에 불과합니다. 30%는 졸업장을 따도 동 수준의 직장을 구할 수 없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 자녀에게 무조건 대학을 가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구인 시 4년제 대학 졸업장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그 사람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어떻게 헤쳐 나갔는지에 대한 내용을 듣는 면접을 7시간 동안 진행합니다. 졸업장이 아니라 문제해결능력을 본다는 뜻입니다.
둘째, 현재 사회를 이끌어가는 기술트렌드가 어떠한 지를 인식해야 합니다.
선배에게 열심히 배웠지만 빠르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기술이라면 배워도 쓸 데가 없습니다. 이제는 코딩,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여 결과물을 내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2022년 11월에 나온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가 전 세계를 순식간에 집어삼키는 중입니다. 출시3개월 만에 전 세계 가입자가 3억 명이 넘었고 월 사용자가 1억 5천만 명에 달한다. 미국 로스쿨 시험 및 의사시험을 통과했고 학위논문도 바로 작성합니다. 대화가 워낙 자연스럽고 답변 내용이 정확하여 극단적이긴 하지만 구글이 사라질 거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학교 브랜드가 아니라 세부 전공을 찾아가야 합니다.
셋째, 자녀의 재능과 관심을 정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그것은 꿈과 비전이 직결되는 부분이며 자녀의 미래와 연결됩니다. 기술분야에 관심이나 재능이 전혀 없는 자녀에게 현재 기술트렌드가 이러니 너도 무조건 해야 한다고 다그치며 말해도 결과물은 나오기 어렵습니다. 억지로 해봐야 자녀의 인생시간만 허비할 뿐입니다.
세상의 흐름이 어떠한 지를 알게 해 주되 궁극적으로 그것이 자녀의 재능과 관심 그리고 꿈과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자녀의 발목에서 코끼리 밧줄을 풀고 고정된 사고의 틀을 깰 수 있습니다. 코끼리 발목의 밧줄을 벗어주기 위해 나는 비전특강이라는 이름으로 진로특강을 합니다. 대학교와 중고등학교, 교회 청소년부 등을 찾아다니며 현재 기술트렌드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고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러나 핵심은 기술의 빠른 변화를 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현실 상태를 직시하고 미래를 준비하라고 동기부여를 하는 것입니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수시로 진로상담을 진행하고 3개월에 한차례 씩 비전특강을 진행했습니다. 학생 개개인의 정보는 학교 인트라넷에 업데이트되어 모든 선생님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러면 자신만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고 진로에 대해 더욱 구체화된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학부모와 학교는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합니다. 학교에서 발견된 학생의 장점은 학부모에게 전달되고 학부모가 발견한 자녀의 장점도 담임선생님에게 전달되어 그 누적된 교집합을 뽑아내면 학생의 강점과 진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학생면담을 통해 개인의 꿈과 비전을 찾아가면 더 구체적인 진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학교에서 선생님은 학생의 장점과 행동을 기록해서 학부모에게 주간 혹은 격주로 전달합니다.
2. 학부모는 집에서 자녀의 장점과 행동 및 대화내용을 담임선생님에게 주간 혹은 격주로 피드백합니다.
3. 학교에서는 학생과 수시로 면담을 통해 학생의 꿈과 비전 및 재능을 발견합니다.
4. 매월말 학부모와 선생님이 만나 누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학생의 교집합을 뽑아냅니다.
5. 학교에서는 쿼터별 1차례 관련된 교과 선생님들이 모두 모여 학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시 학생의 진로를 위한 프로파일을 작성합니다.
6. 위와 같은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학생과의 면담 시 꿈을 이룰 새로운 방법이나 도구를 제안해 줍니다.
by 루아흐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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