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A+의 조건
2015년 12월 14일 EBS는 다큐프라임 6부작 '시험'을 방영했습니다. 이중 제4부는 '서울대 A+의 조건'으로 학점이 높은 학생들과 낮은 학생들의 학습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서울대학교 교수학습개발센터 이혜정 교수가 연속으로 두 학기 성적이 4.0이 넘은 서울대학교 학생 46명을 대상으로 공부 방법과 학점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SNU Best Learner Project를 기반으로 대상 학생을 1,213명으로 확대하여 연구한 내용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요점정리나 키워드 수준이 아니라 ‘교수님의 강의 내용을 한마디도 빼놓지 않고 문장의 형태로 적어야 한다는 것’을 답했는데 특히 학점이 높은 경향을 드러낸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설명하시는 모든 내용을 필기한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습니다.
2008년 발표된 컬럼비아대 김승기(Samuel Kim) 박사의 논문에 따르면 1985년부터 2007년까지 아이비리그를 비롯해 스탠퍼드, UC버클리 등 14개 미국 명문대학에 입학한 한인 학생 1,400명 중, 학과과정을 마치고 졸업한 학생은 56%인 784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머지 학생은 중간에 학교를 그만두었습니다. 입학은 했지만 졸업을 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한 한인 학생 비율이 거의 절반 정도인 44%나 되는데, 한인 학생들의 중퇴율은 같은 기간 미국 학생 전체 평균 중퇴율인 34%보다 훨씬 높았고, 특히 중국 인도 등 다른 민족에 비해서도 2~3배 높았습니다. 중국인 학생 중퇴율은 25%, 인도인 21.5%, 유대인 12.5% 등으로 한국인 중퇴율에 비해 크게 낮았습니다. 김 박사는 "한인 학부모의 지나친 입시교육 위주 교육방식이 대학 생활과 미국 사회로 진출하는 데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국내 명문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로 유학을 간 내 친구의 자녀가 한국과 같은 방식으로 시험답안을 냈는데 C를 받았습니다. 교수님의 강의를 단어 하나 놓치지 않고 다 적어냈기에 교수님을 찾아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에게 C를 준 이유를 질문했고 교수님이 이렇게 답했습니다.
“학생 답안지에는 학생 자신의 생각이 전혀 없다. 내 강의는 인터넷에서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비싼 학비를 지불하고 수업을 통해 내 강의 내용만 알면 무슨 발전이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교수의 생각이 아닌 학생 자신만의 생각이다.”
한국 유학생의 아이비리그 중퇴율이 절반에 가까운 이유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릅니다. 주입식으로 이루어진 입시교육이 주된 학교와 학원에서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거의 훈련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김승기 박사의 논문에 의하면 미국 대학생활에서 필수인 리더십에 대해서도 일반 미국 학생들은 공부와 기타 활동에 50%씩 균형 있게 투자하고 있는 반면 한인 학생들은 대입을 위해 75%를 공부에 투자하고 25%를 봉사와 특별활동에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교육의 현실을 보면 나는 그 25%조차 진성인지 의문이 듭니다.
서울대학교 : 연간 자퇴생이 가장 많은 학교
한경 보도에 따르면 2021년 서울대학교 자퇴생은 330명이었는데, 이중 86%가 자연계에서 의대와 약대로의 진학이 목적이었습니다. 2022년 7월 보건복지부에서 조사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된 의사들의 2020년 기준 소득은 2억 3,070만 원으로 대기업 평균 3,070만 원의 3배에 달하여 돈을 더 많이 벌기 때문에 학교를 자퇴하고 의대로 갔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서울대는 우리나라에서 연간 자퇴생이 가장 많은 학교가 되었습니다.
2021년 2월 1일 서울 주요 15개 대학이 교육통계서비스 및 대학알리미에 최근 공시한 자료를 토대로 계열 단과대학별 2019년 졸업자·본교 기준 취업률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15개 대학의 인문계열 취업률은 64.6% 수준으로 전체 취업률 69.5%에 비해 5.0% 낮고 공대(77.7%)에 비해서는 10% 넘게 차이가 납니다.
성균관대와 고려대 인문계열 취업률이 72.9%와 71.9%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한 가운데 3위 서울대가 70.7%, 연세대가 63.2%를 기록했고 60% 미만도 4개 학교나 있습니다. 교수님의 수업을 토시하나 놓치지 않고 깨알같이 받아 적어야 A+을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 서울대학교만 그럴까요? 다른 학교들도 거의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깨어 있는 교수들이 이런 점을 개선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주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인생에서 받아야 할 A+
우리가 진짜 A+를 받아야 할 분야는 무엇일까요? 그것을 알려면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어릴 때부터 ‘내가 진짜 받고 싶은 A+는 어떤 분야인가?’, ‘나는 왜 이 분야에서 살고 싶은가?’ 하는 철학적 질문에 대해 답을 해보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어린아이 스스로 철학적 질문을 던지기 어렵기 때문에 이 부분이 부모의 몫이고 선생님의 몫입니다. 가정과 학교에서 함께 해주어야 합니다. 철학적 질문에 답을 하는 훈련은 현실 속에서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첫째, 밥상머리교육
자녀와 식사를 할 때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아버지는 자녀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나도 식사 때 자주 활용합니다. 새로운 정보를 주기도 하지만 질문도 자주 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질문은 자녀에게 자신의 꿈과 비전을 불러일으키는 동력이 됩니다.
둘째, 독서훈련
집에서 자녀의 연령에 맞는 독서리스트대로 책을 읽고 나눔을 해도 되고, 그렇지 않으면 집 인근 독서학교 프로그램을 활용해도 좋습니다. 아이들의 친구들 부모님과 협의해서 팀을 꾸려 자녀들끼리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을 만들어 줘도 됩니다. 학부모는 돌아가면서 한 명씩 관리해 주면 됩니다.
셋째, 학교 방과 후 프로그램
학교에 독서프로그램이 없으면 요청해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께 학생들의 꿈과 비전을 찾아주는 테마로 독서프로그램이 운영되면 좋겠다고 건의할 수도 있습니다. 토론 속에서 자신이 인생을 걸고 A+를 받고 싶은 분야를 찾을 수 있습니다.
넷째, 지역도서관 독서프로그램을 활용할 수도 있다.
지역도서관처럼 좋은 장소도 없습니다. 토론하며 서로에게 질문을 하면서 또래 친구들의 나와 다른 생각을 배울 수 있습니다. 방학 때는 독서 특강도 자주 열리고 토론하는 장소가 있는 도서관이 늘고 있으므로 활용하면 됩니다.
내 적성에 맞아 내 삶을 행복하게 해 줄 분야를 찾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공부합니다. 설령 A+를 받지 못해도 실망하지 않습니다. 내가 최선을 다한 것을 내가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혹은 남보다 출세할 목적으로 A+을 받으려 했다면 그렇지 못한 점수에 대해서는 실망하게 됩니다. 다른 과목에서 받은 A+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우리 인생을 남과 비교할 필요 없습니다. 남이 내 삶을 살아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남의 삶을 사는 것도 아닙니다.
자, 아래 질문에 대해 스스로에게 답을 해봅시다.
'내가 진짜 받고 싶은 A+는 어떤 분야인가?'
'나는 그 분야에서 무엇을 배우고 싶은 것인가?'
'그 배움이 나에게 어떤 가치를 갖는가?'
'그 가치에 내 인생을 걸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스스로 솔직한 답을 찾으면 자신만의 인생길을 열어 나가게 됩니다. 내 인생을 A+로 살게 될 것입니다.
by 루아흐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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