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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진로 6) 공립학교 vs. 대안학교

by 루아흐비전(Ruach Vision) 2023.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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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사진
(출처 : Pixabay)

 

학교

저는 2001년 상영됐던 영화 '친구'에서 보여준 검은색 모자와 교복의 마지막 세대입니다. 저에게 학교의 이미지는 한 반에 70명씩 되는 콩나물시루처럼 많은 학생 수, 똑같은 책걸상, 같은 학년의 학생들에게 똑같은 정보를 전달하는 선생님의 일방적인 주입식 수업, 축구를 하다 미끄러져 넘어지면 살이 다 긁혀 피가 나는 흙바닥 운동장과 획일적으로 길고 네모난 4층짜리 건물입니다. 사실 학교라는 제도 자체는 수천 년 전부터 존재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몸담고 있는 학교 시스템은 근대 산업화시대에서 기인합니다.

 

산업화시대 단기간에 노동력이 급증하다 보니 그 자녀들을 산업화의 노동력으로 한꺼번에 교육할 제도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획일적이고 표준화된 공장모형시스템의 학교입니다. 지금의 공교육 학교 구조의 원형입니다. 공장모형시스템의 교육은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한 구조입니다. 한 곳에 여러 명을 모아 놓고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교육을 받는 사람의 수준이나 관심 과목에 상관없이 일방통행식으로 전달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주입된 내용을 잘 기억하도록 학습된 내용을 시험을 치러 평가를 합니다. 이러한 획일적인 시스템은 다수를 통제하기에 좋습니다. 창의력이 나타날 기회가 전혀 없습니다. 이렇게 교육받은 학생들이 산업현장의 노동자가 되었습니다.

 

19세기의 모형이 200여 년이 지나 21세기를 사는 지금까지도 큰 변화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19세기 교육 시스템으로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양새입니다. 세계적인 교육 석학인 영국 워릭대학교의 켄 로빈슨 교수는 “획일화의 문제는 교육이 사람에 관한 것이라는 것을 잊는다는 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이 마치 산업화의 상품처럼 되어버린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 강점기의 획일적 식민교육을 거쳐, 한국전쟁으로 남은 인프라가 거의 없던 사회를 다시 건설하던 시절, 신분상승을 위한 방법으로써의 교육뿐 아니라 이념을 재무장하고 산업역군을 양성하는 방법으로도 교육이 중요했던 터라 획일적인 공교육은 더욱 강력하게 실시되었습니다. 물론 그만큼 경쟁도 더욱 심해졌습니다. 인구가 집중된 서울에 명문 중고등학교가 생겨나고 자연스레 창의력보다는 시험성적순으로 순위를 나열하여 1등을 중시하는 문화가 생겨났습니다.

 

과열된 경쟁을 식히려고 1974년부터 지역 간 고교 수준 격차를 완화하고 사교육비를 경감하는 등의 목적으로 학군제가 도입되고 고교평준화를 도입했지만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적인 준비 없이 평준화에만 집중하다 보니 각 개인의 재능을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사교육비는 증가했습니다. 게다가 고교 하향평준화, 교육의 질적저하 및 학교의 전통이 상실되는 부작용이 많이 나타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정말 치열한 학업 경쟁 지역의 학군에서 중고등학교를 보낸 것을 생각해 보면 나도 그 학군제의 피해자이자 동시에 수혜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학부모들의 의식이 깨어나기 시작하면서 근대적 학교교육에 대한 불만이 대안학교홈스쿨링의 확산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라 취학 자녀를 학교에 안보내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대안학교

2020년 3월 기준 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교육부로부터 국내학력인정을 받는 대안학교는 총 93개 학교입니다. 각종 대안학교가 공립 22개교, 사립 28개교로 총 50개교이고,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가 공립 5개교, 사립 13개교로 총 18개교이며, 대안교육 특성화고등학교가 공립 5개교, 사립 20개교로 총 25개교입니다. 미인가 대안학교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미인가 대안학교는 비용이 비싼 단점이 있지만 교육부의 가이드를 따르지 않아도 되고 설립 취지에 맞게 커리큘럼을 만들어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자연을 체험하는 삶을 가르치는 대안학교에서부터 신앙교육을 중시하는 기독교대안학교뿐만 아니라 외국학교 진학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학교 성격의 대안학교들도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학비와 학교 졸업 후의 삶의 열매를 책임질 수 있다면 목적에 따라 설립 취지에 맞는 학교에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도 내 딸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데 맞는 대안학교에 보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공교육이냐 대안교육이냐’의 문제라기보다는 ‘삶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과정과 방법을 배울 수 있는 학교냐 아니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안학교도 잘 골라야 합니다. 대안학교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나의 자녀의 꿈과 비전, 기질과 성격, 신앙에 따라 가장 잘 맞는 곳을 골라야 합니다. 시를 좋아하는 문과 기질의 자녀를 현재 트렌드를 알아야 한다고 무작정 IT대안학교에 넣으면 될까요? 그렇게 되면 학생의 귀한 인생의 시간을 잃게 됩니다. 본래 학교는 쉼과 여가 및 토론을 위한 장소였습니다.

 

School이라는 단어는 그리스어 Schole(스콜레)에서 비롯됐습니다. 이 스콜레의 원래 의미는 ‘쉼’, ‘여가’ 혹은 ‘토론’입니다. 뭔가를 토론하는 것도 쉼의 연장 선상이거나 여가시간을 활용해서 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치열한 시험성적 경쟁이 있는 개념으로 변질되었습니다.

갭이어 스쿨

나는 우리나라에서 Gap Year 개념을 학교교육에 도입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갭이어는 영국의 언스쿨링 프로그램으로 학교 다니는 걸 멈추고 1년 동안 혹은 그 이상 여행이나 진로탐색을 하면서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의미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럽의 청소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해외여행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 홍콩 출장을 갔을 때 유럽의 학생들이 세계여행을 하면서 갭이어를 보내는 것을 많이 목격했습니다. 직접 물어보니 고교 졸업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갭이어를 활용하여 여학생 혼자 세계여행을 하는 북유럽 고교졸업생도 홍콩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 진학을 못하면 인생에 큰 실패를 한 것같이 생각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갭이어 개념 도입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도전적으로 중학교 3년(또는 적어도 1년)을 갭이어 학교로 만들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기간 기초학습은 이루어지되 할 수 있는 많은 경험을 시도해 보는 시간으로 활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국내외 여행을 통한 글로벌화 프로젝트 수업, 3D 프린터를 활용한 메이킹 수업, 박물관과 미술관 현장수업, 음악 연주회 관람과 발표 등 자신의 잠재능력과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경험해 보는 시간을 통해 학생들은 자기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발견하고 학교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만일 갭이어가 학교에 도입이 된다면 중간에 갭이어를 보내고 복학을 한 한두 살 많은 학생이 같은 반에서 함께 공부하는 일이 자연스러울 것이고 그러면 자신의 인생 비전을 발견해서 돌아온 아이는 훨씬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길을 개척해 나갈 것입니다. 인생을 길게 보면 1~3년은 자신발견을 위해 충분히 투자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by 루아흐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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